[Book] 아버지와 아들

박목월, 박동규
날씨가 너무 아름답고도 쾌청하면 무슨 일을 해도 늘 충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이 아깝다.
이 아름다운 시간의 흐름을 채울 만큼 흡족한 삶이란 좀처럼 있을 수 없다.
겉으로는 흥성흥성한 척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일일이 셈을 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어린 것들은 전혀 짐작하지 못하리라.
또한 살필 필요도 없다.
너희들은 무턱대고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그것이 아버지의 노고에 대한, 너희들이 내게 베푸는 ‘즐거운 보답’이다.
음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본질적인 음식과 그렇지 못한 것이다. 즉, 배가 고프기 때문에 먹는 것과 기분이나 감정으로 먹는 것.
기분이나 감정으로 먹는 것이 ‘감정의 음식’. 커피는 후자에 속한다.
감정이 불러들이는 음식이다. 그러므로 감정이 변하면 그 맛도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늘진 지붕 위에 하얗게 눈이 얼고, 공기가 바스라지면서 얼굴에 와 닿는다.
쨍하게 울릴 듯 추운 날의 이 이상한 정숙감
귀한 것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의미를 가치로 바꿀 수 있다.
세월이 흐르고 몇 번의 추석을 지나도 추석이 남긴 사진첩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아낼 수 없다면 자연에 매달린 삶이 될 뿐이다.
여름은 추억의 산실이다.
모두들 여름이 오면 바닷가에 나가 며칠 보내다 온 것을 어느 전투에 갔다가 온 용사의 후일담처럼 한 겨울이 올 때까지 되풀이하곤 하는 것이다.
밤이 가고 아침이 밝아오면 부지런히 직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이들에게 한여름의 얼마 되지 않는 휴가는 추억의 산실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